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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청명한 가을 시 한편 감상하오

by CBL 2016. 8. 30.

청명한 가을 시 한편 감상하오

 

 

가을은 소리 없이 왔다가

흔적만 남기고 살며시 사라지는 계절입니다.

붉은 단풍잎이 떨어지고 찬바람이 솔솔 불어오다가

어느새 쌀쌀한 겨울이 되기 일쑤지요^^

가을이 떠나기 전에 가을 시를 통해

가을을 더욱더 느껴보세요^^   

  

  

  

 

 

  

 

가을볕 - 박노해

  

가을볕이 너무 좋아

고추를 따서 말린다

흙마당에 널어놓은 빨간 고추는

물기를 여의며 투명한 속을 비추고

높푸른 하늘에 내걸린 빨래가

바람에 몸 흔들어 눈 부시다

  

가을볕이 너무 좋아

가만히 나를 말린다

내 슬픔을

상처난 내 욕망을

투명하게 드러나는

살아온 날들을

  

  

  

  

  

  

  

 

 

  

 

가을일기 - 이해인

  

잎새와의 이별에

나무들은 저마다

가슴이 아프구나

  

가을의 시작부터

시로 물든 내 마음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에

조용히 흔들이는 마음이

너를 향한 그리움인 것을

가을을 보내며

비로소 아는구나

  

곁에 없어도

늘 함께 있는 너에게

가을 내내

단풍 위에 썼던

고운 편지들이

한 잎 한 잎 떨어지고 있구나

  

지상에서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는 동안

붉게 물들었던 아픔들이

소리 없이 무너져 내려

새로운 별로 솟아오르는 기쁨을

나는 어느새

기다리고 있구나

  

  

  

  

  

  

  

 

 

  

 

가을편지 - 이성선

  

잎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원고지 처럼 하늘이

한 칸씩 비워가고 있습니다

  

그 빈곳에 맑은 영혼의 잉크물로

편지를 써서 당신에게 보냅니다

  

사랑함으로 오히려

아무런 말 못하고 돌려보낸 어제

다시 이르려해도

그르칠까 차마 또 말 못한 오늘

  

가슴에 고인 말을

이 깊은 시간

한 칸씩 비어가는 하늘 백지에 적어

당신에게 전해달라

나무에게 줍니다

  

  

  

  

  

  

  

  

 

 

  

 

바람이 오면 - 도종환

  

바람이 오면

오는데로 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그리움이 오면

오는데로 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아픔도 오겠지요

머물러 살겠지요

살다간 가겠지요

  

세월도 그렇게

왔다간 갈거에요

가도록 그냥 두세요

  

  

  

  

  

  

  

  

 

 

  

 

가을 - 조병화

  

가을은 하늘에 우물을 판다

파란 물로

그리운 사람의 눈을 적시기 위하여

깊고 깊은 하늘의 우물

그 곳에

어린 시절의 고향이 돈다

그립다는 거, 그건 차라리

절실한 생존 같은거

가을은 구름밭에 파란 우물을 판다

그리운 얼굴을 비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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