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한 가을 시 한편 감상하오
가을은 소리 없이 왔다가
흔적만 남기고 살며시 사라지는 계절입니다.
붉은 단풍잎이 떨어지고 찬바람이 솔솔 불어오다가
어느새 쌀쌀한 겨울이 되기 일쑤지요^^
가을이 떠나기 전에 가을 시를 통해
가을을 더욱더 느껴보세요^^
가을볕 - 박노해
가을볕이 너무 좋아
고추를 따서 말린다
흙마당에 널어놓은 빨간 고추는
물기를 여의며 투명한 속을 비추고
높푸른 하늘에 내걸린 빨래가
바람에 몸 흔들어 눈 부시다
가을볕이 너무 좋아
가만히 나를 말린다
내 슬픔을
상처난 내 욕망을
투명하게 드러나는
살아온 날들을
가을일기 - 이해인
잎새와의 이별에
나무들은 저마다
가슴이 아프구나
가을의 시작부터
시로 물든 내 마음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에
조용히 흔들이는 마음이
너를 향한 그리움인 것을
가을을 보내며
비로소 아는구나
곁에 없어도
늘 함께 있는 너에게
가을 내내
단풍 위에 썼던
고운 편지들이
한 잎 한 잎 떨어지고 있구나
지상에서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는 동안
붉게 물들었던 아픔들이
소리 없이 무너져 내려
새로운 별로 솟아오르는 기쁨을
나는 어느새
기다리고 있구나
가을편지 - 이성선
잎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원고지 처럼 하늘이
한 칸씩 비워가고 있습니다
그 빈곳에 맑은 영혼의 잉크물로
편지를 써서 당신에게 보냅니다
사랑함으로 오히려
아무런 말 못하고 돌려보낸 어제
다시 이르려해도
그르칠까 차마 또 말 못한 오늘
가슴에 고인 말을
이 깊은 시간
한 칸씩 비어가는 하늘 백지에 적어
당신에게 전해달라
나무에게 줍니다
바람이 오면 - 도종환
바람이 오면
오는데로 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그리움이 오면
오는데로 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아픔도 오겠지요
머물러 살겠지요
살다간 가겠지요
세월도 그렇게
왔다간 갈거에요
가도록 그냥 두세요
가을 - 조병화
가을은 하늘에 우물을 판다
파란 물로
그리운 사람의 눈을 적시기 위하여
깊고 깊은 하늘의 우물
그 곳에
어린 시절의 고향이 돈다
그립다는 거, 그건 차라리
절실한 생존 같은거
가을은 구름밭에 파란 우물을 판다
그리운 얼굴을 비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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