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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복구정보/IT NEWS

(펌) 하형일의 실리콘 밸리 스토리 : Episode8

by CBL 2018. 7. 19.




Episode 8. '무어의 법칙'이 밸리를 지배한다.

컴퓨터 업체의 대명사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빅 블루(Big Blue)' IBM사가 퍼스널 컴퓨터 시작에 뛰어든 것인 PC 시장의 외형 규모가 1천만 달러는 넘기 80년대 초반에 이르러서이다. IBM은 PC 시장 진출과 동시에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각종 매스컴을 총동원하여 IBM PC의 대대적인 'PC 캠페인'에 나섰고, 이즈음부터 IBM사의 상표가 붙지 않는 모든 PC들에게는 '클론(복제품)'이라는 꼬리표가 붙여지게 되었다. 이러한 분위기를 일반인들로 하여금 IBM사가 마치 PC의 역사를 주도해온 일등공신인 것처럼 오판하게 만드는 계기를 제공하기도 했다.

한편 인텔의 마이크로프로세서는 창립 5년만에 장난감 모형이 아닌 진짜 F-16 전투기의 성능에 버금가는 '알테어'라는 막강한 도구를 일반 가정의 안방에 들여놓게 만들었다. 비로소 IBM은 인텔을 과소평가 했음을 깨닫게 된다. IBM이 인텔을, 아니 실리콘 밸리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그들은 언제라도 마음만 먹으면 잔챙이 기업에 불과했던 실리콘 기업들을 쓸어낼 수 있는 파워(자금력)가 있다고 자신했기 때문이다. 70년대 초반 IBM의 매출액은 개발도상국의 일년 예산을 초과할 정도였으니 그러한 자만심도 무리는 아니었다.

둘째, IBM은 실리콘 상품이 지니고 있는 진짜 가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즉, 무어의 법칙에 의해 디지털 경제의 신개념을 전혀 신뢰하지 않았던 것이다. 맥도널드 더글러스사와 보잉사가 그랬듯이, IBM사는 한 대의 메인프레임을 통해 상상할 수도 없는 규모의 이윤을 거둬들였고, 지속되는 애프터서비스와 업그레이드까지 이어져 그야말로 불황을 모르는 슈퍼 비즈니스를 즐기고 있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지금 역사는 'IBM이 60년대 말을 기점으로 형성된 실리콘 밸리의 괴력에 무릎을 꿇었다'고 말한다. 마이크로프로세서는 대량생산을 통해서만 존재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상품이다. 실리콘이란 자원는 오일이나 석탄과는 다른 무제한성의 특징을 지닌다. 즉 물과 공기처럼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자원이다. 하지만 60년대 말 대기업들의 상식으로 볼 때 인텔사의 작은 집적회로 트랜지스터는 단순히 기술혁신에 불과할 뿐, 그 누구도 상업적인 성공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노이스와 무어만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대가 온다고 굳게 믿고 있었으며, 이들의 소신은 불과 20년만에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디지털 혁명을 성공적으로 일궈냈다. 반도체라는 사업은 이윤을 창출하기 앞서 일정시간 동안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 부어야하는 자금집약적인 산업이며, 상품의 성공적인 출하를 전재로 모든 주변 프로젝트들을 추진해야만 하는 독특한 구조를 가진다. 즉, 막대한 자금을 들여 추진한 테크놀로지가 막판에서 양산불가라는 현실에 부딪히게 되면, 관련 프로젝트들이 줄줄이 올스톱되는 위험천만한 산업이 바로 노이스가 창출해낸 실리콘 산업이다. 노이스는 주변의 냉소에도 불구하고 인텔사의 생존을 건 대량 생산의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 경쟁 기업들의 관행과는 무관하게 가격은 내리고 생산량은 높여 가는 파격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갔다. 노이스의 이러한 '볼륨 정책'은 70년대 말과 80년대 초 일본의 메모리칩 양산체제에 밀려 메모리 분야를 영원히 포기하게 되는 아픔을 겪게 된다. 결국, 18개월을 주기로 마이크로프로세서의 트랜지스터 밀도는 2배로 증가하게 되고, 가격은 절반으로 떨어진다는 '무어의 법칙은'은 샐리콘 산업이 안고 있는 모든 문제점에 대한 명쾌한 해법을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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