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하형일의 실리콘 밸리 스토리 : Episode26

Author : 복구박사 복구박사 / Date : 2018.07.19 13:32 / Category : 데이터복구정보/IT NEWS




Episode 26. 세상에 뿌려진 윈도만큼...


1995년 7월 14일 미국 워싱턴 주 레드먼드(Redmond)시에 위치한 MS 본사의 작은 건물에는 여러 박스의 샴페인이 배달되면서 모종의 파티가 준비되고 있었다. 샴페인을 손에 쥔 초췌한 모습의 한 프로그래머는 "이제 더 이상의 수정은 없다!"라는 환희에 섞인 외침과 함께 지난 3년간 밤낮을 가리지 않고 강행군한 윈도 95 운영체제의 1,400만 줄에 달하는 코드가 완성된 기쁨을 뇌까리고 있었다. 1992년 초부터 3년 6개월간 코드와의 전쟁을 치룬 이 프로그래머들은 자신들의 작품이 PC 시장을 어떻게 변모시킬지 그려보면서, '시카고 프로젝트'의 쫑파티를 만끽했다.

빌 게이츠가 MS사의 모든 것을 걸고 추진해 온 시카고 프로젝트는 출시 예정일을 2년이나 넘기는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1995년 8월 25일을 D-데이로 전세계 PC 운영체제 플랫폼의 GUI 혁명을 단행할 만반의 준비를 끝내고 있었다. 이제 이들에게 남은 것은 8월 24일 사용자들의 한마당 잔치를 뒤편에서 지켜보는 것 뿐이었다.

윈도 95의 출시는 말 그대로 월드컵을 방불케 하는 세계인의 대축제였다. 자본주의 탄생 이래 한 상품의 출시를 놓고 세상 사람들이 이렇게 광분한 적은 없었다. 윈도 95라는 상품을 축으로 형성된 주변 상품들의 마케팅 전략과 윈도 마니아들의 카운트다운 공세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윈도 95 파티는 전세계의 PC 산업에 유례없는 호황을 선사해 주었다. 윈도 95의 출시로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486에서 펜티엄 프로세서로 대전환을 시작했고, 16메가 메모리 칩, 기가바이트가 넘는 하드 드라이브, CD-ROM 드라이브 그리고 15인치 이상의 대형 모니터들의 표준화는 PC 시장의 규모를 순식간에 두 배로 확장시켜 버렸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산업과 같은 직접 관련 산업은 제외하더라도, 윈도 95의 열풍은 PC 관련 출판 산업, 기업 및 일반 사용자들의 정보 서비스 그리고 각종 액세서리 상품과 같은 간접 산업들로 확산되었고, PC 시장은 GUI 운영체제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기반으로 실리콘이 파생시킬 수 있는 각 종 간접 산업을 새롭게 태동시키거나 기존의 PC 상품들을 한 단계 진화시켜 나갔다.

"드디어 원시적인 도스 운영체제를 탈피한 꿈의 GUI 운영체제가 PC 시장에 상륙하다!" 세계 유력 일간지들의 헤드라인을 통해 소개된 윈도 95는 빌 게이츠가 단순히 홍보비로만 2억 5000만 달러를 쏟아부은 대작에 걸맞게 전세계 PC 사용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공식 판매일을 일주일이나 앞둔 8월 중순부터 윈도 95를 1초라도 빨리 손에 넣으려는 마니아들의 사전 주문은 대부분의 통신판매 업체들의 업무를 일찌감치 마비시켜 버렸고, 출시 전야인 8월 23일에는 각 대도시 대형 컴퓨터 매장이 마치 비틀스의 존 레논이 환생해 사인회를 개최한 것을 방불케 할 정도로 해질 무렵부터 침낭을 어깨에 맨 마니아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지구상에서 해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호주 시드니 항구의 대형 부두에는 4층 건물 규모의 윈도 95 상자가 공중에 매달려 주변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었다. 이 날 호주에서 태어난 모든 신생아들에게 윈도 95를 무료로 배포한다는 소식과 함께 낭만의 도시 시드니는 축제의 분위기로 술렁거렸고, 이웃 국가인 뉴질랜드의 한 학생이 8월 24일 0시 1분을 기해 구입한 제1호 윈도 95를 시작으로 디지털 지구촌은 윈도 물결로 요동치게 된다.

지구가 자전을 거듭하면서, 자정을 넘긴 영어권 국가 대도시들의 PC 마니아들은 한결같이 윈도 95의 마법에 이끌려 컴퓨터 매장으로 달려나갔으며, 세계 최대의 도시인 뉴욕 시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전면을 뒤덮은 윈도 95 로고로 장식된 대형 배너는 자정을 넘기면서 윈도 95의 공식 테마곡인 롤링 스톤즈의 '스타트 미 업(Start Me Up)'을 내보내 빌 게이츠가 제공하는 '미래로 가는 길'에 동참하려는 PC 마니아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이렇게 윈도의 물결은 걷잡을 수 없는 전세계적 신드롬으로 널리널리 확산되어 나갔다.

D-데이였던 8월 24일의 태양은 빌 게이츠를 위해 떠올랐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MS사의 본사가 위치한 워싱턴 주 레드먼드 시의 야외 캠퍼스에는 아카데미 시상식도 훌륭히 치를 수 있는 규모의 초대형 야전 텐트가 15개가 설치되는 등 지상 최대의 컴퓨터 관련 축제의 축포를 터뜨릴 만반의 준비가 갖추어졌다. 2,500명이 넘는 취재진과 PC 관련 산업의 게스트들도 윈도 95가 어떻게 세상을 변모시킬 것이라는 빌 게이츠의 연설을 듣기 위해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있었다. 미국 최고의 인기 토크쇼 사회자인 제이 레노(Jay Leno)가 이 날 자축연의 사회자로 깜짝 출연하면서 전세계 매스컴들은 MS사의 윈도 95 출시 기념 파티를 마치 월드컵 결승전을 중계하듯이 특종으로 위성 중계하기 시작했다.

혹자는 윈도 95의 출시를 앞두고 벌어진 이러한 진풍경을 20년 남짓한 PC 역사상 최고의 대사건이라고 잘라 말하지만, 사실 1995년 8월 중순부터 불기 시작한 윈도 95의 열풍은 하나의 상품 출시를 놓고 일어난 해프닝치고는 산업혁명으로 비롯된 자본주의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대기록들을 세워나갔다. "95번을 깔아야 제대로 깔린다"라는 일부 사용자들의 푸념에도 불구하고 윈도 95는 데뷔와 함께 소프트웨어 시장의 모든 기록들을 갈아치우면서 출시 6개월만에 2,000만 개라는 천문학적인 판매량을 기록하게 된다.

빌 게이츠의 부와 명예는 세상에 뿌려진 윈도만큼 그 위상을 높여가고 있으며, 이제 PC 산업의 모든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가장..."이란 질문에 대한 대부분의 답변엔 빠짐없이 MS사와 빌 게이츠가 언급되고 있다. 1975년 여름, 불과 19세의 나이로 창녀들이 득실거리는 뉴멕시코주 알버커키 시에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간판을 올린 지 정확히 20년 만에 윌리엄 게이츠 3세는 PC 시장의 모든 것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절대 권력의 왕좌에 등극하게 되었으며, 40세 생일을 두 달 앞둔 39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에서 가장 돈이 많은 인물이라는 또 하나의 칭호를 얻게 된다.

전 세계의 PC 사용자들과 행사장에 초청된 대부분의 PC 산업 관련 게스트들이 윈도 95의 대성공을 자축하고 있을 무렵, 그러나 빌 게이츠는 자신이 그 어느 때보다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는 불길한 예감에 휘말리게 된다. 출시 예정일을 2년이나 넘긴 윈도 95의 뒤늦은 출시는 빌 게이츠와 MS사가 염두에 두고 있던 프로젝트들 대부분의 불가피한 연기를 의미했다. 빌 게이츠 자신이 정확히 15년 전 PC 운영체제의 표준을 정립하면서 단 한 번의 시련 없이 오늘의 영광을 일구어낸 전례를 답습이라도 하듯이, 이름도 성도 모르는 영국의 한 풋내기 프로그래머인 팀 버너스 리에 의해 개발된 HTML이라 불리는 새로운 언어 체계는, 윈도 95의 모체인 시카고 프로젝트가 추진될 시점만 해도 지구상에는 존재하지도 않던 모자이크커뮤니케이션(Mosaic Communication)이라는 작은 회사에 의해 사이버 스페이스라는 전혀 생소한 영역을 일구어나가고 있었다. 빌 게이츠가 인터넷 프로젝트를 시카고 프로젝트와 동시에 추진하기는 불가능했다는 현실적 논리와 인터넷과 월드와이드웹의 가능성을 자체적으로 과소 평가한 실수를 깨끗이 인정한다 할지라도, 지금까지 PC 시장의 모든 거물 프로젝트들이 표준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한 번도 주인공 역할을 놓쳐본 기억이 없는 MS사 입장에서 모자이크 브라우저가 월드와이드웹 시장의 부동의 표준으로 자리잡는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빌 게이츠는 인터넷이란 미디엄(medium)의 중요성만을 인식하고 있을 뿐 실질적으로 이 분야에서 가진 것이 전혀 없었다. 90년대 초, 대부분의 유닉스 기반 사용자들이 TCP/IP라는 공용 프로토콜을 설립하여 인터넷 정보의 흐름에 대한 표준을 설정할 때, MS사의 애플리케이션 분야를 책임지고 있던 스티브 발머는 TCP/IP의 개념조차 모르고 있었다. 인터넷 온라인 서비스 분야를 이끌어온 삼두마차인 아메리카온라인(AOL), 컴퓨서브(CompuServe) 그리고 프로디지(Prodigy)의 아성에 철퇴를 가할 것을 은근히 기대해 온 마이크로소프트 네트워크(MSN) 프로젝트의 침몰은 MS사를 인터넷의 중심 궤도에서 완전히 탈퇴시켜 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미 법무성의 삼엄한 독과점 규제에도 굽히지 않고 과감하게 윈도 95 패키지 안에 포함시킨 MSN 서비스가 윈도 95로 업그레이드하는 상당수의 사용자들이 선택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싸늘하게 외면당함으로써 빌 게이츠가 유일하게 의지하고 있던 MS사의 인터넷 기반은 송두리째 무너져버리고 말았다. 빌 게이츠는 또 다른 추격전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빌 게이츠가 인터넷이라 불리는 새로운 신대륙의 개척을 놓고 펼치게 될 이 새로운 한 판은 대기업들을 상대로 물량 싸움을 이루어 온 과거의 운영체제와 애플리케이션 전쟁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형태를 취하고 있었으며, 빌 게이츠가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적과 동지'의 구분이 전혀 없는 게릴라전을 의미했다. 그리고 윈도 95와 함께 뚜껑이 열린 이 판도라의 상자는 빌 게이츠의 예상을 완전히 초월해 가면서 미래로 가는 진정한 길을 보여주었다.

빌 게이츠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는 자신이 지난 5월 극비리에 수석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돌린 '인터넷 물결(Internet Tidal Wave)'이란 제목의 메모를 MS사가 앞으로 추진하게 될 프로젝트들 가운데 최고의 우선 순위로 선정하면서, 인터넷이라 불리는 정글에 익스플로러(Explorer)라는 신무기를 투입할 채비를 갖추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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