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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복구정보/IT NEWS

(펌) 하형일의 실리콘 밸리 스토리 : Episode25

by CBL 2018. 7. 19.





Episode 25. 금세기 최고의 상품, 윈도 95

제2차 세계대전 직후 탄생한 윌리엄 쇼클리의 트랜지스터를 시작으로 무어의 법칙에 준하여 앞만 달려온 실리콘 밸리의 하이-테크놀로지들은 90년대 중반을 넘기면서 '윈텔'이라는 콤비 플레이로 PC 역사상 최고의 작품을 사용자들에게 선보이게 된다. "뛰어난 예술가는 도용하며,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라는 표현을 입증이라도 하듯이, 빌 게이츠의 윈도 95는 반세기 실리콘 밸리의 역사가 창출해 온 모든 테크놀로지의 결정체로서, 이 상품의 원천에 대한 의혹과 성능에 대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PC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된다.

윈도 95와 펜티엄 프로세서는 진정 금세기 최고의 히트 상품 중의 하나이다. 지난 4년간 이 두 상품의 콤비 플레이는 헨리 포드의 자동차만큼이나 세상을 변모시켰고,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 이상으로 세상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파괴시켰으며, 리오 배켈랜드(Leo Baekeland)의 플라스틱만큼이나 보통 사람들의 일상 구석구석까지 파고들었고, 에드윈 허블(Edwin Hubble)의 천체 망원경처럼 세상 사람들에게 보다 넓은 곳을 보여주었다. 이 두 상품의 콤비 플레이로 새 천년을 이끌어갈 '디지털 경제'라는 새로운 장르가 탄생했으며, 이들의 후작(後作)들이 엮어낼 시나리오들을 상상해 본다면 금세기 최고의 상품이라는 표현이 결코 과찬일 수 없다. 도대체 '윈도'가 뭐기에?

90년대 중반 MS사가 PC 시장에 내놓은 '윈도'와 '오피스' 시리즈 상품들은 일반 사용자들이 매일 접할 수 있는 일반 상품들과는 근본적으로 차원을 달리하는 여러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 물론 소프트웨어란 상품이 지닌 '길들여짐'이란 특수성과 물과 공기처럼 단시일 내에 세상의 어느 곳에도 다다를 수 있는 변칙적이면서 파격적인 유통구조는 컴퓨터 산업이 패상시킨 독특한 장점이지만, 빌 게이츠는 그 누구도 쉽게 해내기 힘든 '카운트다운'이라는 마니아적 요소까지 겸비한 '꿈의 상품'을 지난 10년간 PC 시장에 뿌려왔다. 한 상품이 소비자들에게 카운트다운이라는 진풍경을 연출시키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며, 이러한 해프닝은 판매자 쪽에서 의도적으로 발생시킬 수 있는 상업적 연출의 한계를 뛰어넘는 지극히 강박관념적인 신드롬으로서, 소비자와 판매자 사이에서 발생한 오묘한 관계에서 서서히 파생되는 매우 특이한 마케팅 전략이다.

빌 게이츠가 세상에 뿌리는 상품들은 일단 소비자들에게 상업적인 가치를 뛰어넘었다고 볼 수 있다. 절대적인 소유욕을 유발시키는 마력이 함축되어 있는 이들 상품에 대한 MS사의 마케팅 전략은, 품질과 유통구조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되는 마니아층을 넓히기 위한 전략에 모든 역량을 투입하는 것이다. '인텔 인사이드(Intel Inside)'라는 스티커를 부착하는 컴퓨터 제조업체들에게 일정 금액의 혜택을 제공하는 인텔사의 자체 홍보 캠페인과 MS사가 윈도 95의 출시에 쏟아부은 천문학적인 홍보 비용은 이들의 전략적 마케팅의 우선 순위를 말해주는 대표적인 예라 볼 수 있다.

카운트다운을 불러일으키는 상품의 기본적인 공통점은 이들이 지닌 상업적 가치보다는 그 상품이 지닌 '혁명성' 내지는 '획기성'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비틀스의 마나아들로부터 <스타 워즈>의 마니아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하루 이틀 늦게 이 상품을 접한다 한들 전혀 새로운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모든 일상을 접고 침낭과 베개를 챙겨 기꺼이 줄서기를 하는 광경은 실로 글로써 설명하기엔 한계가 있다.

그러나 모든 마니아적인 상품들이 똑같은 파괴력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다. 빌 게이츠의 윈도 95와 조지 루카스의 <스타 워즈>란 상품은 서로 마니아적 요소를 공통적으로 갖추고 있지만, <]스타 워즈>는 단면적인 상품으로 소비자들에게 일반 소비되면 그것으로 달아오른 소비성이 일단락되는 반면, 빌 게이츠의 윈도 95는 무한대의 응용성을 교두보로 사용자들에게 지속적인 소비를 부추기는 복합적인 상품이라는데 차이점이 있다. 이 차이점은 조지 루카스에게 할리우드의 영화감독들 중 최고의 부를 과시하는 제한적인 인물로 한계선을 긋는 반면, 빌 게이츠에게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부를 누리는 인물로 급부상할 수 있는 무한대의 가능성을 부여하는 엄격한 차이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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