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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복구정보/IT NEWS

(펌) 하형일의 실리콘 밸리 스토리 : Episode24

by CBL 2018. 7. 19.

사진: 윈도우3.0 / 인텔 386프로세서 (윈도우와 인텔을 합쳐서 윈텔이라 부름)




Episode 24. 수면 위로 떠오른 윈텔 제국

1990년 윈도 3.0의 출시는 애플사는 물론이고 빌 게이츠와 비밀리에 'OS/2'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추진하던 IBM사에게도 일격을 가하는 윈텔 제국의 기습공격이었으며, 윈도 3.0의 성공적인 출하는 빌 게이츠와 앤디 그루브가 이끄는 윈텔 제국이 PC 시장의 모든 영역을 좌지우지하는 부동의 실권자임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하는 계기로 되었다. 결과적으로 빌 게이츠가 MS사에서 추진한 운영체제 프로젝트의 상품화 과정에서 빅 블루 IBM사의 재가를 얻지 않고 독자적으로 수행한 첫 번째 프로젝트인 '윈도 3.0'의 기습 출시는 애플사에 그로기 펀치를 날리는 동시에, 지금까지 자신의 뒤를 돌봐준 IBM사를 안티-윈텔 진영으로 합류시키는 쿠데타적인 사건으로 기록된다. 이때부터 언론들은 윈텔이란 용어를 방송매체와 신문지상을 통해 공식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PC 시장은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주도권이 넘어가게 된다.

윈도 3.0은 출시 첫 주부터 일반 사용자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매킨토시 시스템의 아류작이라는 각종 언론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데뷔 첫 해인 1990년 한 해 동안 일반 PC 사용자들을 상대로 3백만 개라는 경이적인 판매고를 올렸고, 결국 PC 클론 시장에서 값비싼 매킨토시가 설 땅은 없어졌다.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콤비 플레이는 진정 프로들의 작품이었다. 윈도 3.0과 함께 출시된 인텔사의 386 프로세서는 사용자들의 체감 속도로 보자면 적어도 기존의 286 프로세서보다 2배 이상 빠른 스피드를 뿜어냈으며, 386 프로세서는 윈도 3.0과 환상궁합이 되어 PC 시장을 거침없이 장악해 나갔다. 1992년의 윈도 3.1과 486 프로세서, 1995년도의 윈도 95와 펜티엄 프로세서의 콤비 플레이를 통해 적어도 무어의 법칙이 그 효력을 다하는 순간까지 이들의 번영은 영원히 지속될 것처럼 보였다.

한편 1990년 윈도 3.0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할 무렵, 팀 버너스 리(Tim Berners Lee)라는 무명의 영국 프로그래머에 의해 개발된 HTML(Hyper Text Markup Language)이라 불리는 새로운 언어 체계는 아무도 모르게 실리콘 밸리의 지각 변동을 암시하는 씨앗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여기에 우선 순위를 두고 프로젝트를 펼쳐나가는 실리콘 밸리의 기업은 하나도 없었다. 윈텔과 안티-윈텔 진영은 숨가쁘게 치닫고 있는 GUI 운영체제의 싸움에 모든 전력을 소비하고 있었을 뿐, 버너스 리의 HTML과 미 연방정부가 지난 20년간 관군(官軍)에게만 사용권을 부여한 인터넷의 상용화에 대해서는 대다수 밸리 기업들이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는 결과적으로 윈텔과 안티-윈텔 진영 모두를 혼돈의 세계로 이끄는 WWW 빅뱅으로 이어지게 된다. 여기서 빌 게이츠는 '모름지기 우선 순위를 정하라!'라는 실리콘 밸리의 새로운 원칙을 누구보다도 절실히 깨닫게 되면서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창헙 후 지금까지 이어온 연승행진에 마침표를 찍게 된다.

"그대들이 무엇을 추진하던 간에 먼저 우선 순위를 정하라!" 스티븐 코비(Steven Covey)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 나오는 '우선 순위를 정하라!'라는 전략적 사고는 진정 실리콘 밸리의 모든 기업들을 향한 외침이었다. 실리콘 밸리는 패자부활전을 용납하지 않는다. 잘잘못을 가리지도 않고, 운이었는지 실력이었는지도 묻지 않는다. 다만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줄 뿐이다.

빌 게이츠가 윈도 95의 성공적인 출시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모든 프로젝트들을 백지화시키면서 인터넷 웹 브라우저의 성공적인 출시에 사활을 건 것도 바로 '우선 순위'의 중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나의 항아리에 주먹만한 자갈, 구슬만한 조약돌, 모래 그리고 물을 남김없이 모두 담으려 한다면 어떤 순서로 담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 항아리에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방법은 자갈, 조약돌, 모래, 물의 순으로 담는 방법 뿐이며, 이 순위를 무시하고 물이나 모래를 먼저 담게 되면 항아리는 이내 넘쳐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지난 20년간 실리콘 밸리에서 이 우선 순위를 완벽하게 적용시켜 성공한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가장 완벽하게 우선 순위를 무시한 기업은 애플사였으며, 윈텔 제국은 대표하는 마이크로소프트사도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사이버 스페이스를 정점으로 밸리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는 90년대 중반 우선 순위를 혼동하는 절대절명의 실수를 범했다.

실리콘 밸리에서 선택은 소금과도 같다. 언제나 추가할 수 있지만, 녹아버린 후에는 결코 덜어낼 수 없다. 그 다음 '선택의 여지'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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