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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그리움 시 - 얼마나 아파야 하나

by CBL 2016. 9. 7.

그리움 시 - 얼마나 아파야 하나

 

 

 

그리움은 사랑이 남아 있다는 것.

언제까지 그리워해야만 할까?

시 한편으로 그리움을 달래보자!

 

 

 

 

 

민들레 꽃  /  조지훈


까닭 없이 마음 외로울 때는
노오란 민들레꽃 한 송이도
애처롭게 그리워지는데

아 얼마나한 위로이랴
소리쳐 부를 수도 없는 이 아득한 거리에
그대 조용히 나를 찾아오느니

사랑한다는 말 이 한마디는
내 이 세상 온전히 떠난 뒤에 남을 것

잊어버린다. 못 잊어 차라리 병이 되어도
아 얼마나한 위로이랴
그대 맑은 눈을 들어 나를 보느니

 

 

 

 

 

 

 

 

 

 

 

 

 

 

홍매화  /  도종환

 

눈 내리고 내려 쌓여 소백산자락 덮어도
매화 한송이 그속에서 핀다

나뭇가지 얼고 또 얼어
외로움으로 반질반질해져도
꽃봉오리 솟는다.

어이하랴 덮어버릴 수 없는
꽃같은 그대 그리움

그대 만날 수 있는 날 아득히 멀고
폭설을 퍼붓는데

숨길 수 없는 숨길 수 없는
가슴 속 홍매화 한 송이

 

 

 

 

 

 

 

 

 

 

 

 

 

 

 

구름처럼 만나고 헤어진 많은 사람 중에 / 도종환

 
구름처럼 만나고 헤어진 많은 사람 중에
당신을 생각합니다.
바람처럼 스치고 지나간 많은 사람 중에
당신을 생각합니다.
우리 비록 개울처럼 어우러져 흐르다
뿔뿔이 흩어졌어도
우리 비록 돌처럼 여기 저기 버려져
말없이 살고 있어도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가는 많은 사람 중에
당신을 생각합니다.
이 세상 어느 곳에도 없으나 어딘가에 꼭 살아있을
당신을 생각합니다.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  정채봉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모래알 하나를 보고도
너를 생각했지
풀잎 하나를 보고도
너를 생각했지
너를 생각하게 하지 않는 것은
이 세상에 없어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당신을 기다리는 하루  /  김용택

 

하루 종일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내 눈과
내 귀는
오직 당신이 오실
그 길로 열어졌습니다

 

 

 

 

 

 

 

 

 

 

 

 

 

 

그리움의 별  /  정연복

 

밤하늘
총총 빛나는 별은

너를 향한
나의 그리움

지금은 한밤중
너는 단잠 자고 있겠지만

내 그리움은 잠들지 못해
밤새 초롱초롱 깨어 있다.

새 아침
새 하늘 바라보며

또 하루를 시작하는
너는 모르리

바로 저 하늘이
내 그리움의 별 머물던 자리였음을.   

 

 

 

 

 

 

 

 

 

 

 

 

 

강가에서  / 이형기

 

물을 따라
자꾸 흐를라치면

네가 사는 바다 밑에
이르리라고

풀잎 따서
작은 그리움 하나

편지하듯 이렇게
띄워 본다

 

 

 

 

 

 

 

 

 

 

 

 

 

그리움  /  이상윤

 

얼마나 아파야 꽃이 될 수 있을까
얼마나 더 순결해져야 울음이 될 수 있을까

그리움 하나로
새들은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강물은 뿌리까지도 남김없이 온몸
바다로 가 닿네

돌아오지 않는 사랑 앞에서 날마다 가난한 마음으로
푸른 등을 내거는 별들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는 얼마나 더 외로워져야
가슴에 작은 아픔 하나 밝힐 수 있을까

온몸으로

너에게 그리운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늘, 혹은 때때로  /  조병화


늘, 혹은 때때로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생기로운 일인가

늘, 혹은 때때로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카랑카랑 세상을 떠나는 시간들 속에서
늘, 혹은 때때로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인생다운 일인가

그로 인하여 적적히 비어 있는
이 인생을 가득히 채워 가며 살아갈 수 있다는 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가까이, 멀리, 때로는
아주 멀리 보이지 않는 곳에서라도 끊임없이 생각나고,
보고싶고,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지금 내가 아직도 살아 있다는 명확한 확인인가

아, 그러한 네가 있다는 건
얼마나 따사로운 나의 저녁 노을인가

 


 

 

 

 

 

 

 

 

 

 

 
편지  /    윤동주

                                                   
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
그냥 긴 세월을 지났노라고만 쓰자
긴 긴 사연을 줄줄이 이어
진정 못 잊는다는 말을 말고
어쩌다 생각이 났었노라고만 쓰자

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
그냥 긴 세월을 지났노라고만 쓰자
긴 긴 잠 못 이루는 밤이면
행여 울었다는 말을 말고 가다가
그리울 때도 있었노라고만 쓰자

 

 

 

 

 

 

 

 

 

 

 

 

 

 

멀리서만  /  이정하


찾아 나서지 않기로 했다.
가기로 하면 가지 못할 일도 아니나
그냥 두고 보기로 했다.
그리움 안고 지내기로 했다.
들려오는 말에 의하면 그대가 많이 변했다니
세월 따라 변하는 건 탓할 건 못되지만
예전의 그대가 아닌 그 낭패를
감당할 자신이 없기에
멀리서 멀리서만 그대 이름을 부르기로 했다.

 

 

 

 

 

 

 

 

 

 

 

 

 

 

그리우면 가리라  /  이정하


그리우면 울었다. 지나는 바람을 잡고 나는 눈물을 쏟았다.
그 흔한 약속 하나 챙기지 못한 나는 날마다 두리번거렸다.
그대와 닮은 뒷모습 하나만 눈에 띄어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들개처럼 밤새 헤매어도 그대 주변엔 얼씬도 못했다.
냄새만 킁킁거리다가 우두커니 그림자만 쫒다가
새벽녘 신열로 앓았다. 고맙구나 그리움이여,
너마저 없었다면 그대에게 가는 길은 영영 끊기고 말았겠지.
그리우면 가리라, 그리우면 가리라,고 내내 되뇌다 마는
이 지긋지긋한 독백, 이 진절머리나는 상념이여.

 

 

 

 

 

 

 

 

 

 

 

 

 

사랑했던 날보다  /  이정하


그대 아는가,
만났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사랑했다는 것을
사랑했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그리워했다는 것을
그대와의 만남은 잠시 였지만
그로 인한 아픔은 내 인생 전체를 덮었다.
바람은 잠깐 잎새를 스치고 지나가지만
그 때문에 잎새는 내내 흔들린다는 것을

아는가 그대,
이별을 두려워했더라면 애초에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을
이별을 예감했기에 더욱 그대에게 열중할수 있었다는 것을

상처입지 않으면 아물 수 없듯, 아파하지 않으면 사랑할 수 없네
만났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사랑했고
사랑했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을,

그대여 진정 아는가


비를 맞으며 걷는 사람에겐 우산보다
함께 걸어줄 누군가가 필요한 것임을.
울고 있는 사람에겐 손수건 한 장보다
기대어 울 수 있는한 가슴이
더욱 필요한 것임을.

그대를 만나고서부터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대여, 지금 어디 있는가.
보고싶다 보고싶다
말도 못 할 만큼
그대가 그립습니다

 

 

 

 

 

 

 

 

 

 

 

 

 

 

그립다는 것은 /  이정하


그립다는 것은
아직도 네가
내 안에 남아 있다는 뜻이다.

그립다는 것은
지금은 너를 볼 수 없다는 뜻이다.
볼 수는 없지만
보이지 않는 내 안 어느 곳에
네가 남아 있다는 뜻이다.

그립다는 것은 그래서
내 안에 있는 너를
샅샅이 찾아내겠다는 뜻이다.
그립다는 것은 그래서
가슴을 후벼파는 일이다.
가슴을 도려내는 일이다.

 

 

 

 

 

 

 

 

 

 

 

 

 

 

한 사람을 사랑했네 1  /  이정하

 

삶의 길을 걸어가면서
나는, 내 길보다
자꾸만 다른 길을 기웃거리고 있었네

함께한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로 인한 슬픔과 그리움은
내 인생 전체를 삼키고도 남게 했던 사람
만났던 날보다 더 사랑했고
사랑했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그리워했던 사람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다
함께 죽어도 좋다 생각한 사람
세상의 환희와 종말을 동시에 예감케 했던
한 사람을 사랑했네

부르면 슬픔으로 다가올 이름
내게 가장 큰 희망이었다가
가장 큰 아픔으로 저무는 사람
가까이 다가설 수 없었기에 붙잡지도 못했고
붙잡지 못했기에 보낼 수도 없던 사람
이미 끝났다 생각하면서도
길을 가다 우연히라도 마주치고 싶은 사람
바람이 불고 낙엽이 떨어지는 날이면
문득 전화를 걸고 싶어지는
한 사람을 사랑했네

떠난 이후에도 차마 지울 수 없는 이름
다 지웠다 하면서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눈빛
내 죽기 전에는 결코 잊지 못할
한 사람을 사랑했네
그 흔한 약속도 없이 헤어졌지만
아직도 내 안에 남아
뜨거운 노래로 불려지고 있는 사람
이 땅 위에 함께 숨쉬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마냥 행복한 사람이여,
나는 당신을 사랑했네
세상에 태어나 단 한 사람
당신을 사랑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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